우리문화

재미에 가치를 더하는 우리 반려동물 축제

2023. 11. 12

최근 반려동물을 위한 문화와 축제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댕댕런, 댕댕트레킹, 댕댕이페스티벌까지.
반려동물과 즐기는 축제가 생겨난 배경과 한국의 반려 문화 흐름, 반려인 수천 명이 축제를 찾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반려 인구 급증 대비
더딘 반려문화의식 성장 속도


1986프로덕션 창립 시기(2016)에 반려견 유기와 학대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개농장 시설부터 반려견 분양의 실태, 평생 갇힌 채로 피를 뽑히는 공혈견, 활동 반경 1m에 갇힌 시골 개의 삶까지. 동물을 사랑하는 반려 가구가 급증하는 현실과 달리 그에 걸맞은 반려문화의식의 성장은 더뎠던 것이다. 1986프로덕션이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리던 강형욱 대표와 우연히 만나 이러한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2017년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열린 ‘댕댕이페스티벌’이다. 반려인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와 함께 매년 반려견 관련 주제를 정해 인식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했다. 개농장 식용견을 구출해 해외에 입양 보내기, 1m의 삶을 살고 있는 반려견들의 환경 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축제에 참여한 반려인들이 내 사랑스러운 반려견뿐만 아니라 시선을 돌려 반려견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해결해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2020년부터는 축제 참가자 1인당 1kg의 사료 기부 캠페인을 진행해 오며 현재까지 20여t의 사료를 유기견 보호 센터에 기부했다.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놀이 문화에서 나아가 바람직한 반려견 문화를 만들기 위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국의 반려 문화 트렌드와
생활 방식의 변화


“반려견은 가족이다”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애견 대신 반려견이라고 부르며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의 반려 문화 트렌드는 ‘지금껏 사회적 규율로 반려견과 함께하지 못했던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가령 반려견과 보호자가 마라톤 대회를 함께 나가거나, 리조트 또는 호텔에서 반려견과 동반 투숙을 하거나, 곤돌라를 탑승하는 등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주거 환경과 일터, 생활 시설까지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남양주의 한 빌라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만 입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반려동물 친화 공간으로 온전히 반려인만 살 수 있는 주거시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회사 문화에는 ‘반려동물 동반 출근’이라는 새로운 복지도 떠오르고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의 생활 시설에서도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되는 등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방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와 같이 변화된 환경 및 경험이 당연시되며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하기 위한 규율 역시 명확히 세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축제 시대의 개막


2023년 현재, 모든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반려견 관련 부스와 부대행사로 구성된 축제가 생겨나고 있다. 이는 반려 인구를 더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과 정책적으로 반려 문화 정착을 위해 힘쓸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려인과 반려견 축제를 만드는 기획자에게는 좋은 시그널이라고 본다. 현재는 댕댕런, 댕댕트레킹 같은 소수의 전문적 축제가 성공적인 반려견 축제로 꼽히지만, 앞으로는 시장이 커지며 다양한 민간 기업에서 완성도 높은 축제를 만들어낼 것이라 전망한다. 향후에는 반려동물 축제가 ‘반려동물’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것이 아닌, 모든 축제에 반려동물을 동반해 함께 즐기는 방향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 축제나 문화 콘텐츠에 반려견이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

'반려견과 즐기는 축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500만 명에 육박하며 시장규모도 6조 원으로 커진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실제 소비되는 것은 2조~3조 원 규모이며, 실질적으로 소비할 시장이 부족하다고 한다.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고 싶어 한다. 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기에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욕구가 크고, 그 때문에 급한 마음까지 있다. 반려견과 즐기는 축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세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것과 견주어 생각해 보면 쉬울지 모르겠다. 아이와 함께 놀러 간 부모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는 원리처럼 반려견 축제 역시 반려견 입장에서 좋아하는 것을 생각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산책에서 축제화된 것이 반려견 마라톤 ‘댕댕런’이며, 반려견과 여행을 떠나 눈치 보지 않고 트레킹과 숙소 시설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 ‘댕댕트레킹’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활동하며 시간을 쌓을 수 있는 축제에는 수천 명의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모인다. 이들이 지나간 축제에서 사건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숙한 반려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행사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더불어 해외에서 한국의 반려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긍정적 작용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해외와 국내 반려견 축제 차이


해외 반려견 축제를 살펴보면 도그 스포츠의 일종인 ‘어질리티’ 대회가 가장 대표적이다. 세계애견연맹(FCI)에서 주최하는 세계 어질리티 챔피언십(AWC)부터 매년 유럽에서 개최되는 WAO 챔피언십 등이 있다. 보호자의 신호 아래 반려견이 제한 시간 동안 어질리티 장애물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히 통과하는지를 보여주는 활동이다. 이처럼 해외 축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활동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반면, 국내에서 이뤄지는 반려견 축제는 전문 훈련사나 수의사를 초청해 진행하는 강연이나 반려견 용품 및 식품을 판매하는 페어, 부스 참여 등이 주를 이룬다. 앞서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아직까지는 사람 중심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국내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국내 반려견 축제를 기획할 때 해외의 반려견 축제에서 영감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일상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에 그들의 선진 문화를 적용하려고 고민했다. 결국 국내 시장도 반려동물 축제와 일반 축제의 구분 없이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방향으로 축제 형태가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성숙한 반려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비단 이 축제를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매해 보여주는 훌륭한 펫티켓과 올바른 의식은 결국 공동의 목표를 위한 노력이며, 이들이 더욱이 축제를 사랑하고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글&사진 윤명호, 1986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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