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댕댕런 아시나요…반려견 마라톤을 만든 男子

2023. 11. 12

평범했던 생명공학도 대학생 축제빠져 행사기획자로 변신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 만나 반려견 유기·학대 문제 알리는 '댕댕런' 만들어
"광화문서도 행사할날 왔으면"

지난달 28일 오전 가평군 자라섬에서 반려견 수천 마리가 출발 신호에 맞춰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다양한 생김새처럼 달리는 속도도 각양각색이었다. 주인과 함께 5㎞ 코스를 20분 이내에 주파하는 반려견이 있는가 하면, 같은 거리를 2시간 넘게 산책하는 견주와 반려견도 있었다.

이날 열린 국내 유일의 반려견 동반 마라톤 '댕댕런'에는 견주 6000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최대 규모 반려견 행사로 성장한 댕댕런의 기획자 윤명호 1986프로덕션 대표를 최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댕댕런은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의 보듬컴퍼니와 윤 대표의 1986프로덕션이 공동 주최하는 대회다. 윤 대표는 반려견 유기·학대 문제를 알리고 싶어 강 훈련사와 함께 행사를 기획했다. 그는 "댕댕런을 기획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반려견 유기나 학대가 만연했다"며 "평생 갇힌 채로 피를 뽑히는 공혈견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댕댕런 개최 첫해인 2017년, 불법 개 농장의 개들을 구조해 해외로 입양 보내는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다. 2020년부터는 댕댕런 참가자 1인당 사료 1㎏을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하고 있다.

댕댕런 행사 최대의 적은 '개똥'이다. 윤 대표는 "개 수천 마리가 한곳에 모이면 배설물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획 단계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이 개똥 처리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개똥을 가져오면 상품으로 바꿔주는 '개똥 교환소'를 운영한 것이다. 그는 "상품을 받기 위해 남의 개똥을 노리는 분까지 있을 정도"라며 웃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행사인 만큼 안전사고 예방도 철저해야 한다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참가 반려견 수가 사람보다 많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반려견 두 마리를 참석시키고 싶다면 보호자도 두 명 이상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상식이 된 반려견 목줄 착용, 맹견 참가 금지 원칙도 초기 행사부터 적용됐다. 매년 규모를 키워온 댕댕런의 안전 수칙이 이제 국내 반려견 행사의 표준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획자가 즐겁지 않으면 행사도 재미없어진다고 말하는 윤 대표는 축제 마니아다. 그는 "대학생 때 처음 가본 록 페스티벌에 꽂혀 이후 전국 축제를 섭렵했다"며 "뮤직·DJ 페스티벌부터 산천어 축제까지 안 가본 축제가 없다"고 회상했다. 축제가 너무 좋아 행사 기획자가 됐고, 나이 서른에 직접 회사까지 차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행사 기획사에선 끼나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외향적인 직원만 채용하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학창 시절엔 임상생명공학을 전공한 평범한 이공계 학생이었고, 직원들도 소위 말하는 '인싸(인사이더)'와는 거리가 멀다"고 답했다. 윤 대표는 "페스티벌을 즐기는 건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끼나 흥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눈높이와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윤 대표는 "반려견 수천 마리와 견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기고,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댕댕런을 개최하고 싶다"는 윤 대표는 "개 식용 국가로 알려진 한국에서 기획한 댕댕런을 수출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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